낙서장

둘레길 트랙킹

전통활법 2020. 2. 2. 17:58

별로 바쁘지 않은 친구를 만났습니다.

시간이 많다 보니 노는 시간만 늘어나네요.

만나면 당구치고 술먹고..

친구가 주량이 만만찮다보니 술좌석이 일찍 끝날리가 없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지요.

술을 마실땐 몰랐는데, 술좌석이 끝나고 헤어지면 뭔가 아쉽습니다.

친구와 헤어진다는게 아쉽다기보다는 허송시간을 보낸게 아쉽게 느껴지네요.

그래서 한가지 제안을 했어요.

서로 시간이 맞으면 둘레길이라도 걷자구요.

친구가 흔쾌히 승락하네요.


사실 이친구와는 예전에 관악산을 함께 가본적이 있어요.

어찌나 산을 잘 타던지 쫒아 갈수가 없어서 그냥 나대로 천천히 올라갔더니 친구가 보조를 맞춰 주네요.

산을 올라가기는 부담이 가서 둘레길을 이야기 한것이지요.


북한산 둘레길 1코스부터 시작하자고 약속을 하고 우이동 만남의 광장에서 만났습니다.

인터넷 상으로 1코스는 90분, 2코스는 70분 정도 소요된다고 해서 첫날은 2코스까지만 걷자고 했습니다.

지하철을 타고 신설동역에서 우이신설 경전철을 타고 우이역으로 갔는데, 가다보니 144번 버스 종점이 있네요.

집앞에서 144번 버스를 타고 와도 되겠네요.

편의점에서 헛개차 한병씩을 사서 1코스를 시작합니다.

둘레길이지만 시내를 걷는것 보다는 확실히 좋습니다.

평일이라서 그런지 지나가는 사람도 별로 없네요.

조용한 길을 걷노라니 여러가지 생각이 떠오릅니다.

치매가 생겨서 같은말을 반복하는 어머니께 잘해야겠다는 생각.

나의 일에 대해서 좀더 적극적으로 활발하게 행동해야겠다는 생각.

노후를 위해서 돈을 모으고 아껴써야겠다는 생각.

여러가지 생각이 나를 뒤돌아보며 반성하게 합니다.


몇일전 비가 와서 그런지 작은 계곡에 물이 흐르는데 꽤 맑습니다.

옛날에는 저런 물을 마시기도 했는데..

문득 저런 물은 어디서부터 생성될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게 불변의 법칙이라면, 물이 시작되는 제일 꼭대기에는 어떻게 물이 생길까 라는 생각이 드네요.

친구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1코스가 끝났습니다.

90분이 걸린다던 인터넷상의 시간은 잘못된듯 합니다.

천천히 걸은것 같은데 70분이 소요됬습니다.

2코스 관문을 통과해서 계속 걷습니다.

1코스에 비해 2코스는 사람들이 자주 보이네요.

마을길로 이어지는 길들이 있어서 둘레길의 의미가 좀 떨어지기도 합니다.

그래도 당구를 치는것에 비하면 몸에 좋은 일을 하는것 같아 기분은 상쾌합니다.


마을길로 이어지는 길의 어느 한 짚에 조그만 연못이 있습니다.

아주 작은 물고기들도 몇마리 보이네요.

친구가 연못을 가르키며 나에게 어떠냐고 묻습니다.

그러고보니 이친구는 그런쪽에 관심이 많습니다.

자기 집 마당에도 직접 연못을 만들 만큼 손재주도 있는 친굽니다.

집 수리도 직접 하고, 빈 공간에 뭔가 보기좋은 장식을 하는걸 좋아합니다.

휴대폰을 가지고 각종 어플을 깔고서는 이것저것 못하는게 없습니다.

취미는 다르지만 나도 예전에는 그림 그리고 종이접기등을 좋아하며 책 읽는것을 즐겼었는데..

만화도 그렸었고, 철사로 작은 자전거도 만들어서 주위에서 부러움과 칭찬도 들었었는데..

언제부턴가 그런것들이 전혀 하기가 싫어져서 생각도 안하고 있네요.


70분이 소요된다던 2코스는 55분 정도에 끝났습니다.

그래도 두시간 정도는 걸었네요.

이렇게 걸은게 아주 오랫만인듯 합니다.

여러가지 반성도 하고, 새로운 생각도 하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다음에 만나면 3코스부터 이어가자는 약속을 하고는 오늘 걷기를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