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1년의 경험 <6>
아침에 출근했는데 어린이집 차량의 시동이 걸리지 않습니다.
등원 1호차에 타는 아이들의 학부형들에게 전화를 하라고 쌤에게 말했습니다.
보험 서비스를 부르고 차의 시동이 걸렸지만 아이들을 데리러 가기엔 이미 늦었습니다.
등원 2호차부터 운행을 해야겠습니다.
서비스 직원이 나에게 말을 합니다.
"밧데리 잔량이 5% 미만이에요. 밧데리 갈아야 합니다."
원장쌤이 출근 전이므로 원감쌤에게 말을 전하고는 오전일을 마치고 퇴근했습니다.
오후에 아이들을 하원시켜주려고 출근을 했더니 차에 타는 쌤이 한마디 합니다.
"아침에 학부형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오면서 짜증을 많이 냈어요."
아이들을 보내고 젊은 부부들이 직장을 나가야 하는데 차량이 가지 못했으니 출근시간이 늦어졌겠지요.
그러니 짜증이 날만도 합니다.
원장쌤이 나에게 시동을 걸어 보라고 합니다.
시동이 걸리자 밧데리에 대한 언급이 없습니다.
분명히 5% 미만이라고 전했을텐데 말이지요.
차에 대해서는 1월에 엔진오일 갈았던것 외에 특별히 수리나 교체를 한게 없습니다.
바퀴도 갈아야 하고, 밧데리도 교체를 해야 하는데 말을 할때마다 돈이 없다는 말만 하니 자꾸 말하기도 그렇습니다.
주차되어 있던 어린이집 차량을 지나가던 개인택시가 들이 받았습니다.
잠시 다른곳을 보다가 그랬다면서 연신 나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합니다.
어린이집 차량 앞 범퍼의 옆쪽이 아주 조금 찌그러졌어요.
기분은 상하지만 이정도로 범퍼를 교체하기엔 좀 그렇잖아요?
내 차라면 사과를 받고 끝날테지만 어린이집 차량이므로 사무실로 들어가 원장쌤에게 말했습니다.
개인택시 기사의 연락처를 받고 보험접수 번호를 받아놓으라고 하네요.
그냥 용서해주면 어린이집 광고 효과도 있을텐데..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범퍼는 새로 교체했습니다.
어린이집이 있는 동네에는 폐지를 줍는 어르신들이 있습니다.
어린이집에서 나오는 폐품들을 고정적으로 가지고 가시는 할머니가 한분 계시지요.
얼마 안되는 폐품을 가져 가면서도 얼굴은 항상 밝습니다.
나를 보면 항상 먼저 인사를 하셔서 민망하기도 합니다.
할머니가 어린이집을 지나가다가 원장쌤을 만났습니다.
"안녕하세요?"
"네.."
"아유, 원장님은 참 좋으시겠어요. 이런 건물도 가지고 계시고.."
"이거 다 융자로 사서 빚이 많아요, 따져보면 제가 할머니보다 더 가난할거예요."
폐지를 줍는 할머니보다 더 가난하다고 말하는 원장쌤이 어이가 없습니다.
그래도 할머니는 좋은 하루 되라면서 웃으면서 자리를 떠납니다.
항상 죽는소리를 달고 사는 원장쌤보다 마음만은 할머니가 더 부자일지도 모르겠네요.
2019년 10월 말경에 원장쌤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들어온지 1년이 다되어가는데 어떻게 하실겁니까?"
"원의 사정이 어려워서요, 하루 4시간 근무로 하고 최저임금 시급으로 하면 계속 계실수 있겠어요?"
"그런 조건에서는 근무하기 어렵지요."
"그럼 1년만 채우시는걸로 해야겠네요."
"알겠습니다. 그럼 저도 다른 일자리를 알아보겠습니다."
"혹시 모르니까 천천히 구해보세요. 바로 출근하게 구하지 마시구요."
"그럼 확실한 답변을 최소한 보름전에는 주세요."
"그렇게 할게요."
11월7일에 강북구 다른곳에서 기사일을 하는 지인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어린이집 그만 두셨어요?"
"아뇨? 지금 다니고 있는데요?"
"워크넷에 구인공고 났던데요? 거기 차량기사 구한다구요.. 그래서 그만 두신줄 알았어요."
"나한텐 아무말 없었는데요?"
"혹시 제가 잘못 본건지도 모르니까 한번 확인해보세요."
워크넷 사이트에 들어가 보니 정말 기사를 구한다는 공고가 보입니다.
최소한 보름전에는 말을 해준다고 했으니까 말을 해주겠지.. 하고 생각했지만 끝내 원장쌤은 나에게 기사를 구한다는, 혹은 구했다는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