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장

어린이집 1년의 경험 <5>

전통활법 2019. 12. 13. 01:11

원장쌤이 하는일은 거의 없습니다.

사무실에 앉아서 CCTV를 통해 쌤들이나 아이들의 모습을 관찰합니다.

쌤이 잠시 쉬는듯한 모습을 보이면 바로 이야기를 합니다.

쌤들끼리, 혹은 학부형과 어떤 이야기를 나누면 무슨 이야기를 했느냐고 꼬치꼬치 묻습니다.

원에대한 어떤 문제가 생기면 그 책임은 모두 쌤들에게 묻습니다.

혹시라도 아이들이 원장쌤의 옆에 다가서면 담당쌤을 불러 데려가라고 합니다.

아이들을 좋아하는 마음은 별로 없는듯 보입니다.

그러다가 학부형이 오면 아이들과 친한척을 하는데, 아이들이 원장쌤 옆으로 가지를 않습니다.

자기를 좋아하지 않는다는걸 아이들도 알겠지요.

새로운 아이를 데리고 학부형이 상담을 와도 원장쌤은 상담을 하지 않습니다.

원감쌤을 불러서 상담을 하도록 시킵니다.

직원을 구할때의 면접은 원장쌤이 합니다.

하지만 내가 모르는 뭔가의 할일도 있을겁니다.


원감쌤은 5~6세 아이들을 담당합니다.

원감이라는 직책은 원장쌤과 일반쌤들 사이에서 관계를 잘 풀어서 원만하게 원을 이끌어 가는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원장쌤의 편에만 서서 일을 합니다.

일반쌤들이나 아이들에게는 그다지 큰 관심을 보이는것 같지는 않습니다.

예를들자면 날씨가 추워지면 출근하자마자 원에 보일러를 켭니다.

원이 훈훈해진다고 생각될 무렵 보일러를 끕니다.

이후 학부형들이 방문하지 않는 이상 보일러는 거의 꺼진 상태로 있습니다.

일반쌤들도 교실이 춥다고 하는데, 아이들은 어떻겠습니까?

그래도 어린이집의 전반적인 일들을 계획하고 일반쌤들에게 분담을 시킵니다.

학부형들이 오면 상담을 하고 모든일들을 원장쌤에게 보고합니다.

원감쌤의 일도 쉬운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일반쌤들은 정말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아이들을 관리하는것은 기본적인 일이지요, 그러나 아이들이 짜증을 내거나 발버둥을 쳐도 아이들을 혼내지 못합니다.

그저 말로써 다스리려니 아이들이 말을 들을리 없습니다.

가끔 발버둥을 치는 아이들에게 얻어 맞기도 하는데 누구한테 하소연도 못합니다.

출근부에 체크를 하고, 아이들이 마실 물을 준비하고 각자 담당구역의 청소를 합니다.

쌤들이 작성해야 하는 서류들이 그렇게 많은지 어린이집을 다니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차에 타는 아이들을 도와주는 쌤은 등하원에 대한 시간과 누구에게 인계했는지 보호자를 써야 합니다.

학부형들이 말하는 내용들을 기억했다가 담당쌤들에게 전해주어야 하지요.

월요일에는 이불과 기저귀, 아이들에게 필요한 생필품들을 학부모에게서 받아 교실에 정리하고, 금요일에는 이불을 돌려보냅니다.

차를 타는 동안 차에 타는 쌤이 관리하는 아이들은 교실에 남는 쌤들이 관리를 해주어야 하지요.

원감쌤이 다른일을 볼때에도 일반쌤들은 원감쌤이 관리하는 아이들을 관리해주어야 합니다.


내가 하는일은 차량에 대한 일입니다.

때가되면 검사를 받고, 세차를 하고, 매일 등원과 하원을 시켜주어야 하지요.

가끔 교실에 사물함이나 선풍기등 물품이 고장나면 손을 봐주기도 합니다.

처음엔 없었던 일이지만 화단을 가꾸고, 어린이집 외부의 청소도 하고, 한달에 한번 현장학습도 가지요.

세차를 하기 위한 비용이 지급되는건 없기 때문에 직접 물을 길어다가 닦아야 합니다.

어린이집 내의 뭔가가 고장나면 나에게 부탁이 들어 오는데, 부탁을 하는것처럼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한번은 교실내의 화장실 변기의 물이 샌다고 봐달라고 하더군요.

들어가서 확인을 했지만 내실력으로 할수있는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전문가를 불러서 하라고 했더니 원장쌤의 얼굴이 일그러지네요.

어처구니가 없지만 모른척하고 넘어갔습니다.

어쨌던 차량의 운행시간은 줄었지만 다른일로 보충이 되어서 일과량의 시간은 거의 비슷합니다.

다른일들이 차량운행처럼 정해진 시간이 아니어서 조금 일찍 출근해서 청소를 합니다.

운행 사이시간에 짬짬이 화단을 정리합니다.

어차피 할일이므로 빨리 끝내면 퇴근이 빨라지겠다 싶어서 열심히 했더니 일하는 시간이 짧은데 비하여 월급은 제대로 준다며 나에게 엄청난 배려를 하고 있다는 말을 원장쌤이 자주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