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1년의 경험<4>
6월이 되었지만 나의 근무조건에 대해 원장쌤은 아무런 말이 없습니다.
서로가 아무말 없이 계속 근무를 하게 되었는데 이즈음에 강쌤이란 분이 들어왔습니다.
조그만 어린이집을 운영하던 분이었는데, 사정상 관리하던 어린이들을 데리고 이곳어린이집 쌤으로 들어온겁니다.
강쌤과 원장쌤은 비슷한 연령이었어요.
강쌤과 강쌤이 데리고온 어린이들은 한 차로 이동했습니다.
그런데 강쌤이 자꾸 깜빡깜빡하시네요.
내가 보기에 건망증 수준은 넘어선듯 보입니다.
치매가 시작 되려는 것 같은 느낌이 있는데 그렇다고 치매검사를 해보라고 말할수는 없어서 모른체 했습니다.
어느날 원장쌤이 부릅니다.
"강선생님은 좀 어떤것 같으세요?"
"제가 선생님들을 평가할수 있나요?"
"아니 평가하라는게 아니라 기사님의 느낌이 어떤지 알아보고 싶어서요."
"어린이집 운영했던 분이라면서요? 그럼 잘 하시겠죠."
"그렇겠죠? 그런데 뭔가 다른 느낌은 없나요?"
"글쎄요, 가끔 깜빡거리는게 있기는 하지만 그정도 연세라면 그렇지 않은가요? 저도 가끔씩 생각이 안나는데.."
이날 가끔 깜빡거린다는 말을 한게 실수였습니다.
어느날인가 아침에 강쌤과 어린이들을 데리러 갔었어요.
아이들을 태우고, 안전벨트를 매어주고, 차가 출발을 하자 강쌤이 나에게 화를 냅니다.
"기사선생님이 원장님보고 내가 치매라고 했다면서요?"
"네? 누가 그래요?"
"어제 원장님이 나에게 말하던데요, 기사님이 내가 치매라고 했다고요."
"그래서 나한테 지금 화내는 겁니까?"
"화가 안나게 생겼어요? 지난밤에 분해서 한잠도 못잤어요. 내가 왜 치매에요?"
"먼저 나에게 그런말을 한적이 있는지 물어보는게 순서 아닌가요? 왜 화부터 내고 그러세요?"
"그럼 그런말 안했어요?"
"내가 그런말을 뭐하러 합니까?"
"그럼 원장님이 하지도 않은 말을 나에게 했다는거에요?"
"그건 나도 모르겠구요, 내가 들은건 아니잖아요?"
"그럼 기사님이 원장님에게 해명좀 해주세요."
"제가 왜 해명을 합니까? 강선생님이 답답하시면 원장님에게 말을 하세요. 말이 안되면 삼자대면 하자고 하시구요, 나를 부르면 내가 말은 할테니까 중간에 부르세요."
"원장님이 기사님과 저를 이간질 시킨거에요?"
"나는 모르겠구요, 아뭏튼 원장님과 이야기 하세요."
이후에 강쌤이 원장쌤과의 대화에서 나를 부른적은 없었습니다.
원장님이 부릅니다.
"요즘 원이 어려운거 알고 계시죠?"
"......"
"그래서 말인데요, 원에서 한달에 한번씩 현장학습을 가거든요?"
"네."
"그럴때 기사님이 운전을 해주실수 있는지 여쭈어 보려구요."
"한달에 한번이요?"
"네."
"한달에 한번 정도야 해드려야지요. 단 미리 좀 말씀해 주시구요, 저의 어머니께서 치매가 계셔서 되는날이 있고 안되는 날이 있어요."
"그건 미리 말씀드릴거고 날짜는 조절할수 있으니까 기사님이 가능한날로 가면 됩니다."
첫번째 맞이하는 현장학습날 입니다.
소형 버스가 한대 왔고, 4세 이상 어린이들은 소형버스에, 3세 아기들은 어린이집 차로 이동합니다.
아직 걷지 못하는 아기들과 현장학습 접수를 안한 어린이들은 원에 남습니다.
일산으로 기억되는데 아마 킨텍스가 아닌가 싶습니다.
나에게는 점심 식사로 김밥한줄과 커피하나, 500ml 물한병을 줍니다.
아침을 먹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학습장에 도착하기 전에 모든걸 먹어버렸습니다.
학습장에 도착해서 아이들 내리는걸 도와줬습니다.
원장쌤이 나에게 말합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어디 계셨다가 전화드리면 오세요."
같이 들어가는줄 알았는데, 밖에서 대기하라고 하니 좀 당황스럽지만 한편으로는 기사가 들어가서 뭐하겠냐는 생각도 듭니다.
세시간 이상은 밖에 있어야 하는데, 뭘 하고 있어야 하나 생각하고 있을때 전화가 왔습니다.
들어오라네요.
어린이집 이름을 대고 안으로 들어갔더니 어린이 한명을 나보고 관리해달라네요.
내가 맡게된 아이는 어린이집 아이들 중에서 제일 까불고 산만한 아이였습니다.
다른 아이들과 같이 있지를 않고 어딘가 자꾸 뛰어다닙니다.
그냥 쳐다보고 있을수는 없어서 같이 뜁니다.
다른 아이들과의 거리가 너무 멀어지면 아이를 안아서 아이들 틈새에 내려 놓는데, 아이가 발버둥을 칩니다.
또다시 아이가 뛰기 시작합니다.
나도 같이 뜁니다.
아이가 놀이기구 안으로 들어갑니다.
나는 놀이기구 밖에 앉아서 아이를 지켜봅니다.
놀이기구 울타리는 공기를 주입한 천막으로 둘러져 있는데, 그 높이가 아이들 어깨정도 됩니다.
놀이기구 입구에 앉아서 잠시 쉴수 있겠구나 싶었는데, 아이가 어깨높이의 담을 넘어 밖으로 뛰어갑니다.
아이도 내가 앉아 있는 곳으로 나가면 잡힌다는걸 알고 있는 모양입니다.
다시 아이를 쫒아 뛰어갑니다.
이렇게 세시간 정도를 뛰어다녔으니 체력소모가 말이 아니지요.
시간이 지나고 원으로 출발합니다.
쌤들에게는 잠시 동안의 휴식시간이기도 하지만 나는 운전을 해야 합니다.
원에 도착해서는 아이들을 하원시켜주어야 합니다.
모든 일이 끝나니 오후 6시쯤 되었습니다.
정신없이 지나간 하루가 끝나니 허기가 밀려옵니다.
하루종일 움직인 댓가로 김밥한줄 먹었으니 그럴만도 하겠지요.
혹시나 고생한 쌤들에게 식사라도 하자고 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역시나 그런일은 없습니다.
근처 식당에 들러 혼밥을 하면서 생각하니 이런 현장학습을 내가 도와줘야 하나 싶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