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장

때로는 작은 일에도 상처를 받습니다.

전통활법 2018. 2. 24. 15:32

가끔 친구들과 어울려 당구를 칩니다.

그냥 치면 승부욕이 없다고 돈내기를 합니다.

대부분은 3구로 쿠션을 치고, 가끔은 식스볼을 치기도 하는데, 2~3시간을 놀다 보면 어떤 친구는 10만원쯤 잃게 되고, 어떤 친구는 5만원쯤 따기도 하지요.

나머지는 게임비용으로 지출이 됩니다.


돈을 딴 친구는 밥값이나 술값으로 지출을 하고, 돈이 남으면 잃은 친구에게 조금이나마 돌려줍니다.

결국 따는 사람은 당구장 주인이고, 잃은 친구 돈으로 식대나 주대를 지불하는 것이지요.

이렇게 하는 내기에서 불만을 품는 친구는 없었습니다.


어느날 한 친구가 자신의 후배를 게임에 포함시켰습니다.

다른 친구들도 그 후배와 안면은 있었기 때문에 아무말 없이 같이 게임을 했지요

그날은 식스볼을 쳤어요.

후배를 포함시킨 친구가 거의 독식을 했어요.

늦은 시간이라서 뭔가를 먹으러 갈 분위기가 아니었기에 마지막판에 걸었던 돈은 모두들 안주려고 했습니다.

그 친구는 이미 돈을 땄었고, 과거엔 이런 경우에 막판은 돈을 안주고 안받었거든요.

그런데 계속 돈을 달라고 하는 겁니다.

처음엔 농담인줄 알았는데, 아니더군요.

그래서 모두들 그 친구에게 돈을 주었더니, 돈을 받아서는 후배에게 차비를 하라면서 모두 주더군요.

후배는 그 덕분으로 게임에서 잃었던 돈을 모두 되찾고, 오히려 조금 딴 상황이 되었습니다.


순간 기분이 나빠지더군요.

친구들의 돈을 따서 후배에게 용돈을 준 셈입니다.

저는 큐를 자리에 갔다 놓고 그만 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다른 한 친구가 기분이 나빴던 모양입니다.

그 친구와 단 둘이서 한판 하자고 하더군요.

누가 봐도 후배를 불러들인 친구가 유리한 게임입니다.

하지 말라고 말렸지만 결국은 둘이서 치더니 역시 그친구가 또 이기더군요.

그 판에 걸린 돈은 1인당 9만원.

9만원을 딴 친구가 게임비로 1만원을 내더니 후배에게 4만원을 주고, 게임에 진 친구에게도 4만원을 주더랍니다.

기분이 나빠서 안받겠다고 했다네요.


모르는 사이라면 돈 내기도 안했겠지만, 만약에 했었어도 기분이 나쁘지는 안았을겁니다.

자기가 포함시킨 후배이니까 본전 정도를 챙겨준다면 모두가 이해했을겁니다.

그런데 이건 아니지요.

물론 게임에 진 사람이 기분이 나빠한다면 옹졸한 사람으로 보여지겠지만, 여지껏 해왔던 룰이 있잖아요?

그 한번의 게임을 통해서 다시는 그친구와 같이 당구를 칠 생각이 사라졌습니다.


다시 생각해보면 그저 웃고 지나갈 수도 있겠구나 싶기도 하지만, 정은 뚝 떨어졌네요.

사람 참 단순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