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된 생활
예전에 서울의 S동에 출장을 다닐때였습니다.
3층 건물의 3층에 사는 젊은 아가씨였는데, 두마리의 애완견을 기르고 있었습니다.
이 건물을 2층 정도 올라가다보면 강아지 냄새가 진동을 했습니다.
3층 현관을 열면 냄새는 아주 지독했어요.
아마 강아지들을 좋아하긴 했지만, 목욕을 시키거나 청소를 하는 일에는 서툰듯 합니다.
냄새 때문에 출장을 그만둘까도 생각할 정도 였습니다.
말을 할까 망설이다가 그만 두었습니다.
강아지와 같이 사는 아가씨는 이미 냄새에 중독이 되어서 못느끼는듯 합니다.
어느날 그녀의 어머니가 방문을 하시고는 딸에게 말을 하더군요,
다음날 출장을 가보니 냄새가 나지 않았습니다.
너무나 좋았습니다.
어머니와 딸이 청소를 했던 모양입니다.
그러나 그런 깔끔한 날들이 오래 가지는 않더군요.
어머니가 가신후 딸은 평상시로 다시 돌아간것 같습니다.
뭔가에 합류된 생활에 익숙해진 사람들에게는 그 뭔가를 느끼지 못하는것 같습니다.
요즘 누님 두분이 오셔서 반찬과 국거리를 만들어 놓으십니다.
빨래도 해주시고 설겆이도 하며 집안의 일들을 도와주십니다.
첫째 누님은 매일 저녁을 만들 시간에 두시간 정도 와 계시고, 둘째 누님은 시간이 되는 대로 잠깐씩 들리십니다.
그냥 그러려니 했었는데, 어느날 출장을 갔다가 집에 돌아오니 주방에 설겆이 할 그릇들이 꽤 모여있습니다.
참 지저분하게 느껴지더군요.
말씀은 안하시지만 누님들이 오셨을때마다 지저분하다는 생각을 얼마나 많이 하셨을까요.
어제 어머니와 늦은 저녁식사를 하고 설겆이 할 그릇들을 물에 담가 놓았습니다.
조금 있다 씻어야지 하고는 TV좀 보다가 잠이들어 버렸네요.
아침에 일어나서도 생각을 못했는데, 둘째 누님이 문을 열고 들어 오시는 순간 그릇들이 보입니다.
"어젯밤에 깜박 했네요. 그릇은 제가 씻을게요."
"고맙구나."
누님이 저에게 고마워해야 할 일인가요?
고맙다는 인사를 해야 할 사람이 바뀐것 아닌가요?
세상을 열심히 살아야 겠다는 생각이 또한번 드는 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