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장

꿈 속의 길

전통활법 2017. 11. 18. 16:28

꿈속에서의 길은 항상 같은 부분만 보여지고, 생각납니다.

처음부터 끝까지의 길이 생각난적이 없습니다.

기억속에서 같은 길을 여러번 반복해서 꿈에서 봤을 때가 20대 중반쯤으로 생각되네요.

그때 나는 창신동 꼭대기의 낙산아파트에서 살았습니다.

큰 산은 아니지만 낙산으로 올라가는 길은 여러갈래 길이 많았습니다.

지금은 낙산공원도 있고, 운동코스로도 좋은 길이 되었지만 30년 전에는 그저 영세민 동네였습니다.


꿈에서 골목을 지나 집으로 가는 길입니다.

그런데 골목이 막혔어요.

막힌 골목 끝에 있는 집으로 계단을 올라서 들어가면 거실을 통해 다시 낙산으로 이어지는 길로 갈 수 있는 통로가 나옵니다.

집주인은 내가 지나가거나 말거나 신경을 쓰지 않습니다.

집으로 들어가면 여러가지 색상의 천들이 보이고, 방 안쪽으로는 부처님도 보였습니다.

그곳이 절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고, 무속인 집이라고 느껴졌습니다.

집을 통과하면서 별다른 행동은 하지 않았고, 눈에 보이는 것을 보고는 집으로 올라가는 길에서 꿈을 깹니다.


이런 꿈은 한동안 여러번 꾸었어요.

부처님을 보았으니 길몽인것 같아 복권도 사봤지만 당첨된 적은 없었습니다,

기도를 하라는 꿈이었을까요?

아니면 뭔가 조심해야하니 신경쓰라는 꿈이었을까요.


생시에 그 골목을 찾아보려고 여기저기 다녀보았지만 꿈에서 봤던 길은 없습니다.

그러던 중에 40대의 나이가 되어서 그와 비슷한 길을 찾았습니다.

생각지도 않고, 우연하게 말입니다.

골목길을 올라가는 순간 어디선가 보았던, 지나가봤던 길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 길은 우리동네가 아니었습니다.

처음 가보는 길이었는데, 다음에 뭐가 있을지 미리 생각이 나는 길이었어요.

순간, 두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길을 가야 하나.. 가지 말아야 하나.. 라는 생각이었지요.

가보자 하는 호기심과 가지 말자고 하는 두려움이 나타났어요.

하지만 두려움보다는 호기심이 더 컸습니다.

이 길을 언제 다시 오게될지 모르니까요.


골목을 어느정도 오르자 모퉁이를 돌면 무속인집이 나오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퉁이를 돌자 정말로 무속인집이 나타났습니다.

꿈에서 보았던 곳과 매우 닮았습니다.

꿈속에서 보았던 계단도 그대로 있습니다.

그런데 막힌길이 아니고, 계단 옆으로 올라가는 길이 있습니다.

계단 옆길로 올라가 봤는데, 그 다음에는 그저 평범한 길이더군요.

더 이상은 꿈속에서 보았던 기억이 없어서 다시 내려왔습니다.

무속인 집을 들어가볼까 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내키지 않아서 그냥 돌아왔습니다.


꿈속에서 보았던 길은 조금 차이는 있었지만 생시에도 있었습니다.

나는 꿈속에서 왜 그 길을 봤을까요.

한번도 가보지 않았던 길을 말입니다.

무속인 집을 들어가 볼걸 그랬을까요?

어쨋던 불가사의한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