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표수집
내가 국민학교를 다니던 1970년대에는 꽤 많은 학생들이 우표수집을 했었다.
지금처럼 볼거리나 놀거리가 많지 않았던 시절이여서 우표수집은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있는 취미 중 하나였다.
우표가 발행되는 날이면 서울의 중앙우체국 앞에는 이른 아침부터 우표를 사려는 학생들이 모여서 길게 줄을 이루어 문을 열기를 기다렸다.
앞 뒤의 학생들이 전지를 사고, 시트나 명판을 여러장씩 살 때에는 겨우 한 두장을 사러온 내 자신이 부끄럽기도 하고 상대가 부럽기도 했다.
제날짜에 우표를 사지 못한 학생들은 동네 우표가게에서 웃돈을 주고 구입하기도 했었다.
이렇게 구입한 우표는 다음날 친구들에게 자랑거리가 되었고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당시는 우표가 골동품 같은 가치가 있다고 믿었기에 몇십년이 지나면 고가로 팔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었다.
우표 두장에 발행 날짜를 적은 시트, 한국조폐공사라는 글이 찍혀있는 명판, 여유가 있는 학생들은 전지로 구입하기도 했다.
우표는 역사를 말해주기도 하고, 수집해 두면 보관 가치도 높아진다고 해서 나도 꽤 많은 우표를 모았었는데, 살아가는 동안 일부는 분실하여 지금은 200여장의 우표만을 가지고 있다.
대부분이 1970년대의 것들이고, 1960년대와 1980년대 초반의 우표들이 조금 있다.
어느날인가 문득 우표가 정말 값어치가 있을까 생각되어 인터넷을 검색해봤더니 1970년대의 우표들의 값이 장당 1천원도 안된다고 한다.
당시의 우표값은 대부분이 10원이었고, 때로 조금 비싼 가격의 우표가 발행되기도 했었는데, 당시의 10원이 지금의 1천원보다 높은 가치라고 생각이 되므로 우표값은 오른게 아니라 오히려 내렸다고 생각된다.
수많은 학생들이 발품을 팔아 코묻은 돈으로 구입했던 것인데..
한편으로 허무하고 씁쓸한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