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장

기인과 땡중

전통활법 2017. 3. 28. 12:40

지인과의 술좌석에서 우연히 기(氣)치료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나도 약 20여년 전에는 기치료를 했었다.

기 라고 하는 것이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므로 사기꾼들이 많은 종목이기도 하다.


기치료는 대략 세가지 방법으로 분류하는데, 대자연의 기운을 불편한 사람에게 직접 넣어주는 것이 최상급이고, 대자연의 기운을 나를 통해서 넣어주는 방법이 상급, 나의 기운을 넣어주는 것이 하급이다.

기치료를 하는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이 자신들이 최상급 치료사라고 하지만, 기치료를 하는 사람들 중에서 최상급에 해당하는 사람은 1%도 되지 않는다고 생각된다.


대부분의 기치료사들은 자신의 기운을 불편한 사람에게 넣어주는 방법을 사용하기 때문에 치료사들의 몸과 마음이 건강하고 깨끗해야 한다는 것은 당연지사이다.

자신의 기운이 더럽고 썪어 있다면, 그런 기운을 받은 사람이 뭐가 좋아지겠는가 말이다.

이런 이유로 술과 담배에 찌들어버린 나는 20여년전부터 기치료를 더이상 하지 않았다.


지인은 논산에 기치료를 꽤나 잘하는 사람이 있다고 나에게 연신 자랑을 했다.

병원에서 못고치던 소화기능장애에 대해서 기치료를 받은 후에 말끔히 좋아졌다는 것이다.

나는 궁금도 하고, 배울점이 있겠다 싶어서 다음에 갈때 같이 가자고 했다.


지난 토요일에 지인과 함께 논산에서 기치료사라는 사람을 만났다.

그는 승복 차림이었으며, 집에 부처님을 모시고 있었다.

내가 본 첫인상은 그저 무속인이었다.


동행한 지인을 상대로 기치료를 하는 것을 보았다.

처음엔 잘하는 것인지, 쇼인지 분간이 가지 않았다.


기치료가 끝나고 식사 자리에서 대화를 나누게 되었는데, 그는 지인에게 연신 반말로 대했으며, 처음 보는 나에게도 반말로 대했다.

지인은 그에게 스님이라는 호칭을 쓰면서 존대했지만, 나보다 결코 나이가 많지 않게 보였기에 나는 반말로 대응했다.

승복을 입고 있었기에 어디에 소속되어 있느냐고 물었더니 종파가 뭔 상관이 있느냐고 말한다.

기에 대하여 몇가지 질문을 했더니 답변은 하지 않고, 그저 관심이 있으면 자기에게 배우라고 한다.

이론적으로 납득이 가야 배우지 않겠냐고 물으니, 배우게 되면 가르쳐준단다.


매우 전형적인 무식한 사기꾼이다.

그는 승복을 입었음에도 불교의 어떤 경조차 아는게 없다.

가장 기초적이라고 할 수 있는 반야심경이나 천수경조차 모른다.


지인은 왜 이런사람을 대단하다고 느꼈을까..

술도, 담배도 많이 하는 그는 하루에 40~50명도 기치료를 할 수 있단다.

몸에 찌든 더럽고 썪은 기운을 가지고 누구를 위해 치료를 한다는 것인가..


기인을 만나려 갔다가 땡중을 만나기는 했지만 오랫만에 맑은 공기를 쐬고 먼길을 나와 본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