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한사람은 섭섭함도 크다
얼마전 호주에서 동창생이 왔다.
환영의 뜻으로 번개를 하게 되었는데, 그곳에서 동창회장을 만났다.
회장은 약 3년전쯤 충무로에서 라이브카페를 했었는데, 상호도 <오늘>이라고 내가 작명해주었고 고사도 내가 지내주었었다.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작명도 30만원쯤 받고, 고사를 지내주는 것도 30만원쯤 받지만 친구가 어렵다고 하여 모두 공짜로 해주었다.
고사를 지낼때에도 돼지머리 앞에 절을 하면서 10만원을 놓았었다.
노래를 듣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가끔 그곳에 가서 매상도 올려 주었다.
회장은 어느 친구를 만나더라도 <죽는소리>를 자주 한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사고 싶은 것은 사고, 가고 싶은 곳은 잘 돌아 다닌다.
해외여행도 1년에 두번 이상은 다닌다.
그런 회장의 죽는소리를 동창들 중에서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지난번 내가 <출판기념회>를 했을 때, 회장은 나에게 5만원을 주었다.
10만원만 받았어도 섭섭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사실 5만원이나 10만원이나 무슨 차이냐 싶기도 하지만, 그동안 내가 해준 것에 비하면 최소한 10만원은 해야 하는게 도리가 아닐까..
번개자리에서 회장과 나는 멀리 떨어져 앉았기에 대화가 없었는데, 1차 술자리가 끝나고 2차로 노래방으로 이동하는 자리에서 회장과 부딛치고 말았다.
회장이 나에게 와서 말을 건 것이다.
"너 나한테 섭섭한거 있냐?"
"섭섭한거 있다."
"그게 뭔데?"
나는 술김에 그동안의 이야기를 모두 했다.
이야기를 들은 회장이 한마디 한다.
"돈이 없는데, 빚이라도 내서 줘야 하냐?"
또 죽는 소리를 하기에 화가 났다.
"빚을 내서라도 줘야지. 입장 바꿔서 나라면 빚을 내서라도 30만원 이상 줬을 거야. 최소한 10만원만 줬어도 내가 섭섭하지 않았을거다."
"니가 10만원 짜리밖에 안되냐?"
이 말에 더욱 화가 났다.
"그럼 내가 5만원짜리냐?"
그 이후로 회장과 나는 서로 말을 하지 않는다.
한때는 함께 산에도 다니고, 술도 마시고 했었는데, 그러고보면 술을 마셔도 거의 내가 계산했던것 같다.
친구를 만나는데 돈이 연관되면 안되겠지만, 그래도 할 도리는 하면서 살아야 하는게 아니겠는가..
책값이 35,000원인데 뒤풀이까지 모두 참석하면서 30,000원을 낸 친구도 있었다.
그런 친구들에게 섭섭함은 조금도 없다.
와주어서 고마울 따름이다.
생각지도 못한 사람이 와서 10만원씩 주고 간 사람들도 있다.
너무나 고맙고, 그 사람의 경조사는 꼭 챙겨야겠다는 생각이다.
그동안 친하게 지냈던 것 만큼 섭섭함도 큰건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