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둥산 산행기(2012년 10월 21일)
** 민둥산 산행기(2012년 10월 21일)
잠 자는 습관으로 12시 이전에 잠을 못 자다가 새벽 2시경 잠이 들었다.
그래도 마음 속으로 명심한 덕분에 새벽 5시에 일어날 수 있었고, 시간 맞추어 시청역 앞 대한문으로 갔다.
우리 일행은 투어 버스를 이용해 시청에서 7명, 잠실에서 6명이 타기로 약속이 되었었다.
내가 제일 먼저 도착하고, 뒤를 이어 한성, 성일, 항태, 미경, 상식, 재훈이 도착했다.
밤새 술을 마셨다던 한성이는 땀을 너무 흘리며 괴로워해서 중도 포기를 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잠실역에서 현숙, 익동부부와 익동 처의 친구 두 사람과 현숙의 친구 한 사람이 탑승했다.
버스는 잠실을 떠나 88도로로해서 중부고속도로를 지나 영동고속도로로 달렸다.
내 옆에 앉은 항태는 쉴새없이 인생이야기를 떠들어댔고, 덕분에 뜬 눈으로 목적지를 가야했다.
해발 1119m 라는 민둥산을 800m 지점까지 버스로 올라갔다.
고작 300m 정도를 걷는다니 어려움은 없을것 같았다.
하지만 처음부터 긴 코스를 오르막으로만 가야 했다.
함께 간 친구들에게 민폐가 되면 안되겠기에 부지런히 걸었다.
호흡을 천천히 하면서 호흡에 맞추어 걸어야 하는데, 들숨이 깊게 마셔지지 않았고, 날숨도 천천히 뱉어내지 못했다.
폐에 뭔가가 걸려서 숨쉬기를 방해하는 느낌이었다.
걸음을 천천히하면서 좀 더 천천히 숨을 쉬려고 했지만 생각 뿐이었다.
아마도 몇일 전에 마셨던 술이 문제가 되고, 요즘 걷는 것을 게을리 했던 것들 때문으로 생각이 되었다.
처음 얼마간을 올라가서는 항태에게 문제가 생겼다.
모두들 잠시 쉬어가자는 말에, 쉬면 안되는데...라는 생각을 하면서, 일행들속에서 혼자만 다르게 할 수 없어서 같이 쉬기로 했는데, 핑계같지만, 이후로 나는 산을 오르는게 너무 힘들었다.
천천히 움직이더라도 올라갔어야 하는데, 한번 쉬면 계속 쉬고 싶어지는, 숨기고 싶었던 체력이 그 속을 내보이기 시작했다.
항태의 산행이 늦어지자 일부는 먼저 올라가고, 일부는 항태와 천천히 올라가기로 했다.
먼저 익동부부와 그의 친구들이 올라갔고, 나도 천천히 뒤따르기 시작했다.
조금 더 올라가니 평지가 보였다.
처음 출발선에서 2.5km 였는데, 1.7km 남았다고하니 800m 정도를 가파른 산행을 한 것이었고, 나중에 하산할 때 다시보니 정말 가파른 길이었다.
평지를 약 200~300m 걷는데, 주변은 고랭지 농사를 하는 몇몇 가구들이 보였고, 말을 타고 이동하는지 말들도 몇 마리가 눈에 띄였다.
다시 오르막이 시작 되었다.
계단처럼 보이는 길은 계단이 아니었고(조금 있기는 했지만..) 고운 흙으로 된 길은 발을 디딜 때마다 퍽퍽 소리와 함께 흙먼지가 일어났다.
금방이라도 수건으로 닦아내면 시커먼 흙과 땀이 버무려진 오물이 닦여질 것 같았다.
사진으로 볼 때는 그다지 힘들게 보이지 않지만, 눈으로 본 오르막길은 그리 만만하게 보이지 않았다.
이럴때 나는 땅만 보고 걷는다.
앞을 보고 걸으면 한참을 걸어야 할 생각으로 중도 포기할 생각이 들기 때문이기도 하며, 땅만 보고 걷다가 어느 정도 후에 뒤를 돌아보면 많이 올라온 것에 대한 보람과 끝까지 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정상에서의 즐거운 시간은 그리 길지는 않지만, 그 짧은 시간의 뿌듯함은 평생을 가고, 그 느낌 때문에 또다시 산을 찾게 된다.
민둥산을 떠난 투어버스는 선암마을로 향했다.
선암마을을 가는 데는 `한반도길`이란 이름의 도로도 있었다.
사진 속의 한반도 지형은 인공적이 아닌 자연적으로 만들어졌다고 하며, 덕분에 동네도 유명해졌다고 한다.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곳에서 기억보다 오래가는 사진을 찍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