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인(愛人)
나는 아직 결혼을 해본적이 없다.
내 사주는 고독살이 있다.
남자의 고독살은 여자의 과부살과 비슷하다.
그래서인지 여자를 만나기가 매우 어렵고, 어쩌다 만남이 이루어져도 오래가지 못한다.
20대에는 운동에 미쳐서 살았다.
여자에게 관심이 없었다.
30대에 들어서면서 거의 모든 친구들이 결혼을 했을 때에도, 몇 안되는 남은 미혼자들끼리 뭉쳐서 놀았다.
30대 후반에 들어서면서 차츰 결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여자를 만난다는 것은 나에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특히 결혼을 하지 않은 아가씨(나이에 관계없는 미혼자)들은 더더욱이 그랬다.
40대에 들어서 주위사람들의 소개로 몇몇 사람을 만나 보았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40대에 들어서 만난 여인들은 모두가 결혼의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예전의 남편과 비교를 할 때마다 좋은 기분은 아니었는데, 비교가 되는 것은 어쩔 수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 속으로만 비교하지..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여성들과 원만치 못하다는 것중 가장 큰 문제는 내 스스로에게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올해 2월에 아주 예쁜 여성을 알게 되었다.
고등학교 선생님이었고, 나와는 띠가 한바퀴 돌아가는 동갑에다가 미혼이었다.
담배 피우는걸 아주 싫어 한다고 해서, 그 시간부로 바로 끊었다.
술도 줄이라고해서 한달에 3번만 소주 1병 이내에서 마시겠다고 약속했다.
이런 사랑이 나에게 지속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 들 때마다 내곁에 영원히 있어 주겠다고 약속을 해주었다.
이틀에 한번씩 차로 집에 데려다주었고. 매달 마지막 토요일에는 서로가 편지를 주고 받기로했다.
남대문시장을, 청와대 뒤의 요정이 있었다는 곳을, 북악스카이웨이를, 인천 차이나타운을, 월곶을, 소래포구를, 포천 허브랜드를, 통영과 연화도를 갔이 가봤다.
같이 식사를 하고, 쇼핑을 하고, 그대를 사랑합니다 라는 영화도 봤다.
하루하루가 너무나 즐거웠다.
화이트데이가 지나갔고, 그녀의 생일이 지나갔고, 100일째 만남도 지나갔다.
나는 그녀에게 그녀의 얼굴 초상화를 실물처럼 그려주었고, 정장 1벌과 명품은 아니지만 빽 하나와 작은 곰돌이 인형 두마리와 스타킹 하나, 값이 좀 나가는 MP3(다른 이름이 있지만 잘 모른다)를 선물했다.
그녀는 나에게 두꺼운 긴팔 쉐타와 짧은 팔 티셔츠 3벌을 사주었다.
어느날인가 지방에서 어머니가 올라오셨다면서, 집에 빨리 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조카가 역에서 집까지 차로 마중 나오므로, 내가 안 데려다 줘도 된다고 했다.
만나는 횟수가 점점 줄어들었다.
이때 뭔가 멋진 이벤트를 해주었어야 했는데..
9월 7일은 나에게 아주 악몽같은 하루였다.
만나서 점심을 같이 하기로 했는데, 새벽에 그녀와 악수를 하는 꿈을 꾸었다.
설마 했는데, 이제 그만 만나자고 한다.
나는 너무 좋은데, 내가 가진 환경이 맘에 안든단다.
나이가 너무 많고, 재산은 별로 없고..
집에서 반대가 심한가 보다..
모르고 만난 것도 아닌데..
마음이 더 아프기 전에 이쯤에서 헤어지자고 한다.
헤어지자고 하면서, 내 앞에서 너무 슬프게 운다.. 그녀가..
안된다면서 왜 우는 것일까..
내 마음도 너무 슬프다..
혹시 어떤 영화에서처럼 큰 병이 있는건 아닐까..
집에서 소개하는 다른 남자가 생긴걸까..
집에 찾아가서 가부간에 인사를 드린다 해도 결사 반대를 한다.
이젠 가끔 문자를 해도 답변이 없다.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그녀를 생각하면 너무 슬프다.
울기도 많이 울었다.
힘들겠지만 그래도 잊어야 하는건가..
다른 어떤 방법은 없는 걸까..
아...너무 너무 슬프다..
이 형석. 차마 그녀의 사진을 올리진 못하겠다.